이어령 작가님을 추모하며
오래 전, 홍정욱의 7막7장 추천사가 기억난다.
가장 푸른 지성의 아가미
참치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헤엄을 친다. 헤엄을 쳐서 물을 빨아들여야만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. 헤엄을 친다는 것은 곧 숨쉰다는 것이며 숨쉰다는 것은 곧 살아 있다는 것이다. 그래서 헤엄을 멈추면 그 순간 참치는 질식해서 죽는다. 잠을 잘 때에도 뇌만이 쉴 뿐 온몸은 움직인다. 그래서 참치에게는 넓은 바다, 그리고 멀고먼 세계의 바다가 있어야 한다.
그러나 가자미는 정반대다. 가만히 바다 밑 모래에 숨어 있거나 파도치는 대로 밀려다닌다. 헤엄을 친다기보다 떠다닌다는 말이 적합하다. 눈앞에 먹이가 나타나야만 비로소 몸을 움직인다. 그 중에서도 맘보라는 놈이 가장 게으른 것으로 꼽힌다. 그렇기 때문이 아무리 넓은 바다에 살아도 가자미의 바다는 웅덩이와 다를 것이 없다.
참치인가 가자미인가 삶의 이 두 유형 중 어느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정답을 요구할 수는 없다. 분명한 것은 우리의 운명은 가자미형에서 참치형으로 변화해간다는 것이다.
중략
한국의 젊은이들이 우물 안 개구리와 바다 밑 가자미의 운명을 벗어던지고 일제히 은빛 비늘을 세우고 헤엄쳐가는 빛나는 어군으로 화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.
이어령
죽음이라는 게 거창한 것 같지? 아니야.
내가 신나게 글 쓰고 있는데,
신나게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
불쑥 부르는 소리를 듣는 거야.
‘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!
이어령(1934 - 2022)
큰 가르침 가슴 속에 새기겠습니다.
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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